사회적 부조리를 악용하는 통신회사사회적 부조리를 악용하는 통신회사

Posted at 2009/04/27 17:31 | Posted in 생활 경제와 사회과학/색다른 시각 & 아이디어
최근 광고를 보다 xx텔레콤에서 같은 학교 다니는 학생들에게 통화료 할인을 해준다는 광고를 봤다. 기발한 아이디어고, 일부 고객들은 이 서비스가 아주 유용한 서비스라고 반길 것이다. 물론, 그 통신회사 스스로도 이것은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자화자찬하며, 그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고안해 낸 직원에게 포상까지 했을 수도 있다.

나는 이런 서비스 자체가 나오는 것을 곰곰이 생각해 봤다. 집단을 대상으로 한 단체에 소속된 사람들에게 혜택을 부여하는 그런 서비스. 잘 생각해 보니 이 서비스는 지극히 한국인 정서에 맞춘 그런 서비스다. 내가 영국에 있을 때, 핸드폰을 7년 정도 써봤지만,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는 보질 못했다.

조금 더 머리를 굴려보니, 이런 통신회사의 서비스 행태는 한국 사회의 올바른 정서가 아닌 언젠가는 타파해야 할 혹은 선진국 대열에 접어들기 위해 꼭 없어져야 할 그런 우리 나라 사회의 부조리한 면을 철저히 악용한 서비스로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우리 사회는 어느 한 집단에 속해 그 집단 속의 소속감을 최대 덕목 중 하나로 여기고 있고, 이것은 혈연, 학연, 지연을 따지는 부조리한 문화로 변질되기에 이른다. 글로벌 시대에 발 맞춰, 이런 혈연, 학연, 지연은 타파해야 할 하나의 사회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대통령들의 비리 사건, 기업의 채용 문제 등 여전히 우리 나라 사회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고, 아직 뿌리가 뽑혀지지 않고 있다.

그럼 이런 혈연, 학연, 지연이라는 사회의 부조리한 면과 핸드폰 서비스는 어떤 관계가 있단 소린가.

우리 나라의 핸드폰 도입 역사를 살펴 보면, 이미 핸드폰 도입 초반에 가족들간의 핸드폰 통화료 할인이 시작됐었다. 4인 가족 기준으로 서로 통화를 할 경우 50%, 최근에는 거의 100% 무료 통화 가능하다고 한다. 요즘은 잘만하면, 친척들 모두들까지도 최대 50% 통화료 할인까지 받을 수 있다. 알게 모르게 핸드폰 서비스의 작은 규모의 혈연주의가 시작된 것이다. 

이제 내가 최근에 본 광고를 살펴 보면, 같은 학교 다니는 학생들간의 통화료 할인이 시작되었으니, 학연에 기초한 서비스가 드디어 우리 나라에 시작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현재는 학교를 다니는 동안, 즉 대학생은 최대 6년, 중, 고등학생은 3년간만 실시된다고 하지만, 이마저도 인기가 있을 경우 평생 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어 보인다. 우리 나라의 학연의 끈은 세계 최고라는 사실은 통신회사들도 알고 있고, 이것을 악용해 타 회사에 고객을 뺏기지 않으려고 장삿속 기지를 발휘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핸드폰 서비스는 이렇게 혈연, 학연, 지연 순서에 따라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으니, 다음은 지연에 따른 통화료 할인 서비스가 나올 차례인 셈이다. 같은 동네 혹은 넓은 범주로는 같은 지역 내 사람들을 위한 통화료 할인 서비스가 등장할 것이라는 소리다. 가령, 영희와 같은 역삼동에 사는 영희 친구 순자 혹은 나와 같은 경기도에 사는 철수 등 서로 신청을 할 경우 통화료 할인이 되는 것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 지연만큼 끈끈한 울타리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에 역시 고객 유치를 위한 이유로 결코 가능성 없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만약, 통신 회사가 세번째, 즉 지연까지 이용해 핸드폰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우리 나라 통신회사들은 우리 나라 사회 전반에 퍼진 사회적 부조리, 즉, 혈연-학연-지연의 '쓰리 쿠션'을 모두 악용해 그들의 뱃속을 채우는 셈이 된다. 나는 이들이 이 '쓰리 쿠션'을 우리 나라에서 영원히 타파할 수 없도록 커다란 벽을 만들고 있다는 위험한 예상도 해본다. 물론, 난 내 예상이 틀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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